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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울진금강송 숲길 산책

요즘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열기를 가득 품은 대기압이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고 한반도 전역에 뜨거운 숨결을 계속해서 내려 보내고 있고,

 

금요일 저녁 아버님 기제사를 저녁 늦게 마치고 토요일 아침 부랴부랴

산행준비를 하여 울진에 있는 금강송 숲길 산책길을 나섰다.

 

집에 오신 손님들을 생각하면 의당 토요일 집에서 서비스를 해야 함이

당연하지만, 이 금강송 숲길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연중 통제된 환경에서만 해설사 및 가이드를 동반해야만 갈 수 있고,

또 하루에 출입인원을 80명으로 제한해 두고 있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천리 주차장에서 한 시간 정도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설렁 설렁 오다 보면 이런 계곡이 나오고

여기서 잠시 10분간 휴식을 한다..물은 가뭄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았지만 차갑지는 않았다..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이 돌다리를 건너게 되며 여기서 부터 금강송 숲길, 또는 옛 보부상 12령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수량이 많을 때면 더욱 아름다울 두천리 개천..아침부터 강렬한 땡볕이 걷는 사람의 어깨를

스팀다리미로 지지듯이 따갑게 내리쬔다..

 

 

아늑하고도 고즈넉한 정경이 옛 보부상들이 힘들여 걸으면서도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졌을 법 하다..

 

 

그 옛날 120년전, 보부상들은 동해 지역에 나는 소금과 해산물을 지고 이 험한 산길 이백리를 걸어

내륙지방에 공급하고 내륙의 특산물을 지고 다시 돌아 오면서 동해지역의 산맥으로 가로 막힌

해안지방과 내륙지방의 물물교환과 물산행산의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보부상들의 대장인 반수는 이들 보부상들을 안전하고 조직적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힘을 쓰고 관리하였으며 그들의 땀방울로 아주 어려웠던 조선말기 시절의 교역이 그래도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짚신 신고 딱딱한 나무지게 지고 걸어 냈던 우리들의 선조들이다..

 

 

지역과 환경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대장군과 여장군들..12령 대장군과 보부상 여장군이라는

지킴이를 통해 그네들의 안전과 안녕을 스스로 기원했던 바램이리라..

 

 

금강송이라 함은..(해설사님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소나무가 200년 이상이 되면 속 내부가 누렇게 변하면서

습기를 머금고 있긴 하지만 거의 수분이 없어지면서 단단하고도 가볍게 변하게 되며 촘촘한 나이테가 200개를

넘어서면서 밀집도가 아주 높아 건물주축재로 아주 그만인 상태가 된다..황장목..적송..춘양목등이 모두 금강송의 다른

이름을 뜻하며 300년 이상이 되면 철갑(거북이 등껍질)의 형태로 육각형으로 바뀌면서 비로소 위로 커나가던 것이

옆으로 제대로 굵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남산위의 저 소나무..철갑을 두른 듯..의 애국가 소절에 나오는

철갑이 쇠철..두를 갑이 아니라 거북등 철..두를 갑인 것이다..철갑선 = 거북선이 여기서 설명된다..

황장목의 황장은 내장이 누렇다는 뜻으로 금강송의 속살 모습을 색채화해서 붙인 이름이다..

 

원래 이 곳은 조선시대부터 엄격하게 불법채취를 금하여 왔으나 일제시대에 무분별한 채벌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져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안타까운 일이다..국가에서 관리하던 곳을 나라를 잃으니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그냥 날라간 것이다..다행히 근래 정부에서 이 곳의 벌목을 앞으로 150년간 금하였다고 하니

남은 금강송이라도 우리네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전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총 3개 구간중, 1구간이 두천에서 소광리까지의 13.5킬로이며 현재 이구간만 개방되어 있다..

마음먹고 쭈욱 걸으면 네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지만 중간중간 친절하고도 해박하신

숲 해설사님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일체의 개인행동이 불허되어 있기 때문에 총 여섯 시간정도

소요된다..아름다운 길이요..소중한 경험이 되는 길이다..

 

 

걷는 가운데 곳곳에 가득한 두릅과 야생화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한 편이고..

 

 

전국을 휘감아 삶아대는 무더위 속에서도 계곡의 물은 흘러 내리고 있으니 그 옛날 보부상들이 걸어 지칠 때

잠시 발 담그고..꼬방담배 질러 쉴 수 있는 좋은 터가 되었을 것이다..

 

 

한시간 남짓 걸었을까..대부분의 탐방객들이 찌는듯한 습도와 온도..햇볕에 녹초가 되어 갈 때 즈음..

10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진다..물은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땀을 훔쳐 낼 정도는 된다..

 

 

그냥 옷 입은 채로 풍덩 뛰어들어 휘적 휘적 하면 더위가 좀 가시려나..ㅎㅎㅎ

 

 

귀엽고 올망졸망한 산천어들이 어지러이 군무를 춘다..

 

 

중간 중간 오르내리막이 있으나 길지 않고 급한 경사는 아니라서 누구라도 여유있게 걸어 낼 수 있는 구간이다..

참고로 이 코스는 전국의 걸기 길..166군데에서 2010년 전국 1위의 영예를 차지할 정도의 내실을 갖추 곳이다..

 

 

삵괭이의 변..육식동물답게 들쥐나 청설모,다람쥐,새끼 고라니등을 주식으로 하는데 변에 보면 전부

동물의 털만 소복하니 가득하다..이녀석들은 꼭 이렇게 사람들이 다니는 길 중간에 변을 보는데

영역표시가 아니라 변을 보면서도 주위의 사주경계와 안전이 담보된 큰 길을 선호하는 습성 때문이라 한다..

 

 

하루 두 번 왔다 가는 탐방객들이 과연 이 곳의 야생동물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

 

 

황장봉산..황장목..즉 금강송을 지키기 위하여 일정구역내의 불법채벌을 금하며 관리는 누구누구로 지정한다는

관리표석이다.. 조선시대의 엄격한 관리제도를 엿볼 수 있다..그랬는데..

 

 

극심한 가뭄중인데도 이렇게 작은 폭포가 물줄기를 떨어내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이곳이 보호받아야 할

귀한 곳임을 알겠다..저 낙수도 지친 몸에 한짐 가득 메고 가던 보부상들의 목축임이 되었을 것..

 

 

여기 만발한 꽃들을 보면서 총각 보부상은 아랫마을 달래를 생각했을 것이고..중년 보부상은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

했을 것이며..노인네들은 할마시와 손주들의 모습을 그리며 힘을 냈을 것이다..

 

 

탐방로의 절반위치쯤 되는 찬물내기 쉼터..이곳에 마을 주민들이 밥차를 몰고 와서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약 5천원 정도 한다..귀한 산나물과 샘물냉국을 주는데..

 

빼어난 맛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수수한 산나물과 토속적 내음 가득한 밥알이 먹을 만 하다..

 

 

부부의 탁족이 정겨워 보인다..아이들 다 크고 나면 중년 부부들이 주말이라도 이렇게

같이 다니면서 자연을 즐기고 함께 한다면 건강과 행복..그리고 사색의 시간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이고 건전한 문화적 혜택인가..

 

 

이 지역에는 전국의 심산에 서식하는 산양 600마리중..60여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지금 산 정상 어디선사 아랫 계곡에서 두런 두런 들리는 인간들의 지저귐에 귀를

쫑긋 세우고 호기심 가득 듣고 있을 것이다..아니면 낮잠을 자거나..

 

 

쭉쭉 뻗은 소나무..이제 저 소나무들도 키보다는 둘레를 키우는데 힘을 더 쓸 것이다..

 

 

힘들게 힘들게 저 바위틈에서 자라나 버텨 온 그간의 세월이 너무 힘들어서일까..

이제 숨을 거둔 고목의 힘들었던 과거사가 너무나 안타깝다..어쩌면 우리들의

조상들도 저 못지 않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나 끈기롭게 삶을 이어 갔을 생각을 하니..찡하다..

 

 

이제 숨을 거둔 그 나무에 다시 이끼가 끼고 대생명의 순환주기를 진행하겠지..

 

 

도깨비 소나무라 하는데 무섭지는 않고 해학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 나무 속에 둥지를 틀고 살아 갔을 많은 새들이 이제 사람들의 잡음에 어디론가 멀리 자리를

옮겼을 것인데..그래서 Blue Bird 파랑새는 그립다..

 

 

철갑을 두르기 시작하는 소나무..굳건하다..외곬의 모습으로 또 다른 수백년을 능히 버티어 내기를..

 

 

안일왕산 자락인데 저 꼭대기 주변의 절벽에 수령 600년이 넘는 소나무가 있다고 한다..

지리산 반선근처 와운마을에 있는 와운 천년송이 생각난다..

 

 

뛰어넘지 마시오..^^

 

 

해발 640미터 새들도 잠시 쉬어간다는 샛재이다..

 

쭈악 도열해 선 소나무 어린이들..대부분의 소나무가 키크기에 열중이다..

 

 

키가 20미터 이상으로 충분히 자라서 주변의 활엽수들에게 태양빛을 가릴 위험이 없으면 그 때부터

몸집을 키워내기 시작한단다..대단한 지혜요..인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우리 인간도 200~ 300년 뒤를

보고 관리하고 펼쳐내는 인류애적 사업을 고민하고 맞다면 바로 시행해야 한다..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것은 향후 문화재 복원사업에 쓰일 목재라는 뜻이고 경복궁이나 숭례문의 같은

보물의 복원에 쓰인다면 국가적 위명으로 다가서는 것이니..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군락지라 하기에는 다소 므흣하지만 그래도 나의 5대 6대 손자들이 이 곳에 들렀을 때는

더욱 굵고 울창한 숲들이 그들을 반겨 줄게다..

 

 

조령성황사..성황당이 아니라 성황사를 쓰는 것은 탱화나 조각상등이 아닌 사람위주의

쉼터라는 뜻이다..실제 내부를 들여다 보면..

 

 

이곳을 수도 없이 드나들던 보부상들의 안전을 기원하고 잠시나마 급할 때 쉼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또는 물질적인 후원을 해 준 사람들의 성명이 빼곡하다..

 

 

삼림청에서 직접 관리하는 이 곳 탐방로의 숲 해설사들도 주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뽑고 시행한다고

하니 자연보호와 마을의 자부심..그리고 밥차 운영등을 통한 경제활동에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대부분 연장자들이신 이 분 해설사님들의 건강과 보람에도 아주 좋은 효과를 볼 것이다..

 

 

같이 온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잠시 저 성황사를 보면서 명상에 들었다..

그리고 심법으로 그들의 모습을 투영해 보았더니..

 

 

상시 습지에 이렇게 아름다운 통나무 길을 만들어 놓았다..

 

 

저 등짐을 지게로 바꾸고 합섬으로 만든 햇을 밀집모자로 ..스틱을 지게고쟁이로 바꾸면

바로 120년전의 보부상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중간,중간 개울을 건너도 다시 건너는 길이 반복되는 것은 긴장을 잠시 늦추고

힘들면 얼굴이나 발을 씻고 가라는 뜻임을..

 

 

사료를 조사하고 모아서 언제고 그들 등짐쟁이 보부상들의 애환을 그린 소설을 써 볼까 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등이 휠 것 같은 힘든 삶이 조금은 위로받지 않을까..

 

 

그랬을 것이다..가지고 온 주먹밥에 개울물 떠서 들이키면서

잠시의 휴식과 걸쭉한 얘깃거리에 그들의 하루도 저물어 갔을 것이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음력 구월이면 그 불타는 색의 향연에 어색하지만 싯구도 지어내었을 것이고..

 

 

별 거리낌 없다면 이곳에서 알탕도 즐기면서 아리랑 곡조를 흥얼 거렸을게다..

 

 

숲은 울창하니 어둠속에서 빛을 품고

이 내몸은 덜거럭 거리며 세월을 타네..

 

행여나 구름이나 짙게 드리우면

잠시 뒤돌아 보며 고갯길을 채우네..

 

 

아저씨..나 누군지 아세염?..

너?..줄장지뱀 아니냐..

허걱..보통 사람들은 저를 그냥 도마뱀이라 하던데..

얌마..내가 그래도 맹수의 법칙 카페의 호랑이 등급인데..

와우..역시 포스가 다르세염..그건 글코 먹을 것 좀 없나염?

숲에 가서 해충이나 잡아먹거라..여기서 얼른대지 말고..

 

 

빛이 모이고 레이저 처럼 나에게 다가 온다..

 

 

이 발걸음 하나 하나에 추억을 심고 바라보는 나무 하나 하나에

내 앞길의 의미를 새겨본다..

 

 

빛이 있어 초록은 더욱 진하게 발하고 어둠은 그 빛으로 더욱 짙음을 더하니..

 

 

이제 거의 탐방로 끝이 다가온다..내 나이 육십이 되면 저런 표시가 달릴까?

 

 

완벽한 V자 길..너무 아늑하다..

 

 

마지막 고갯길 전에 이렇게 아담스러운 쉼터를 마련해 놓았다..

실제 백두대간을 타는 나에게는 평범한 오르막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힘들어 했다..

 

 

아쉬움 가득..그렇게 아름답고 꿈 같았던 옛길 30리길이 끝나간다..

 

 

출발한지 꼭 여섯 시간이 지나고..마지막 고개를 치는 사람들의 힘든 모습이 애처롭다..

 

 

나의 몸은 이제 조금 풀린듯 앞으로도 50리길은 더 가겠구먼..너무 아쉽다..

 

 

군집으로 그 모습을 더욱 빛내는 이치..마음으로 담아가기에는 너무 허전하다..

 

 

강렬한 햇볕에 더욱 여물게 터질듯이 풍만한 토마토..한편으로 섹시하다..요염하다..

 

 

소광2리 마을 입구..추석이 지나고 10월말쯤 다시 오면 그 때는 오늘과는 사뭇 다른 멋진 단풍산책길이 되겠지..

그 때 다시 와서 그 가을의 요염함을 풀어보고 만끽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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